[나의 앱개발기] 비개발자가 AI랑 같이 카카오톡 상담 내역 정리 프로그램 만든 후기
회사에서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받는데, 몇 달 전 상담 내역을 다시 찾으려면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얼마 전까지 스크롤을 몇 백 번씩 내리면서 찾았습니다. 채팅방이 천 개가 넘어가니까 한 명 찾는 데도 한참 걸리더라고요.
제가 다니는 회사 노동조합에서 정책국장을 맡고 있는데, 조합원 상담을 카카오톡 비즈니스 채널로 받습니다. 문제는 상담 내역이 카카오톡 안에만 있다는 거였죠. 검색도 안 되고, 누가 언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정리도 안 되고. 그러다 최근에 이 문제를 AI랑 같이 풀어봤습니다. 코드는 한 줄도 몰랐던 제가요.
* 왜 이 프로그램이 필요했나.
상담 건수가 1,200건을 넘어가는 시점부터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누가 예전에 비슷한 문의를 했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찾을 방법이 없었거든요. 카카오톡 검색 기능이 있긴 한데, 채팅방을 하나하나 열어서 봐야 하니 의미가 없었습니다.
과거 상담 내역을 못 찾는다
비슷한 사례 대응이 늦어진다
결국 조합원이 불편을 겪는다
그래서 목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카카오톡 채팅 내용을 전부 긁어와서, 검색 가능한 형태로 어딘가에 저장하자. 문제는 제가 개발자가 아니라는 거였고요.
* 어떤 도구로 만들었나.
"개발자를 고용하지 않고도, AI와 대화하면서 실제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가" 이게 이번 프로젝트의 진짜 질문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했어요. 다만 도구 조합이 필요했습니다.
1. Claude(AI).
전체 설계와 코드 작성을 담당했습니다. 제가 "이런 화면이 필요해요", "이 부분이 이상하게 나와요"라고 말하면 코드를 짜주는 식이었죠. 저는 기획자 겸 테스터 역할을 한 셈입니다.
2. 구글 앱스 스크립트(GAS).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데이터베이스처럼 쓰고, 그 위에 웹앱을 하나 얹었습니다. 서버를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어서 비개발자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현실적인 선택이었어요.
3. 브라우저 콘솔 스크립트.
카카오톡 비즈니스센터 페이지에서 F12를 눌러 개발자 도구를 열고, 거기에 스크립트를 붙여넣어서 채팅 내용을 긁어오는 방식을 썼습니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페이지 안에서 자동화가 되는 게 신기했습니다.
| 도구 | 역할 | 제가 한 일 |
|---|---|---|
| Claude | 코드 설계·작성 | 요구사항 전달, 결과 확인 |
| 구글 앱스 스크립트 | 데이터 저장·웹앱 구동 | 배포 버튼 클릭 |
| 브라우저 콘솔 | 채팅 내용 수집 | 스크립트 복사·붙여넣기 |
표로 정리하고 보니 확실히 느끼는 게, 제가 직접 짠 코드는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대신 뭐가 필요한지 정확히 설명하고, 결과를 보고 피드백하는 역할을 계속 반복했어요.
* 개발하면서 실제로 부딪힌 문제들.
처음엔 간단할 줄 알았습니다. 채팅 텍스트를 긁어서 시트에 넣으면 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는 훨씬 복잡했습니다.
1. 카톡 화면 그대로 보이지 않는 문제.
처음 버전은 텍스트만 통째로 긁어왔더니 누가 보낸 메시지인지, 시간이 언제인지 다 뒤죽박죽이었습니다. "발신자 이름이 먼저 나오고, 내용이 나오고, 마지막에 시간이 나온다"는 카카오톡 특유의 순서를 하나씩 확인해가면서 파싱 규칙을 다시 짰습니다.
2. 긴 메시지가 "전체보기"로 잘리는 문제.
상담 내용이 길면 카카오톡이 자동으로 메시지를 접어버리더라고요. 화면에는 "전체보기"라는 버튼만 보이고, 실제 내용은 버튼을 눌러야만 나오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그 버튼을 코드로 자동 클릭해서 팝업을 열고, 전체 내용을 읽은 다음 다시 닫는 과정을 추가해야 했습니다.
3. 광고성 메시지가 섞여 들어오는 문제.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소식지나 이벤트 안내 메시지도 상담 채팅방에 같이 쌓여 있었습니다. 이걸 그대로 넣으면 상담 내역이 광고로 도배가 되니까, 발신자 표시를 기준으로 광고만 따로 걸러내고 제목만 요약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4. 조합원 여부까지 자동으로 확인하는 문제.
상담 중에 이름이나 연락처가 나오면, 그걸 조합원 명단과 대조해서 조합원인지 아닌지까지 화면에 표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대화 내용에서 전화번호나 생년월일, 고유번호 같은 단서를 찾아서 명단을 검색하는 방식인데, 이 부분이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오타를 줄이는 게 관건이었거든요.
* 비개발자가 느낀 점.
제일 크게 느낀 건, 처음에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일단 만들어보고, 실제로 써보면서 이상한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방식이 훨씬 잘 맞더라고요. 스크린샷 찍어서 "이 부분이 이상해요"라고 보여주면, 원인을 찾고 수정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됐습니다.
완벽하게 설계하고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써보면서 고치는 게 더 빠르다
문제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하나 더, 저는 여전히 코드를 못 읽습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 프로그램을 굴리고 있다는 게, AI 도구를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체감하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이게 만능은 아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정확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하더라고요.
* 마무리 정리.
카카오톡 상담 내역을 자동으로 모으고 검색까지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자 없이 만들었습니다. 중간에 예상 못 한 문제가 계속 나왔지만, 하나씩 스크린샷으로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결국 실제로 쓸 수 있는 물건이 됐습니다.
업무 중에 "이거 자동화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만 하고 넘어가는 일이 있으시다면, 한번 시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코드를 하나도 몰라도 시작은 할 수 있더라고요.